연애일기4 : 당신의 플레이리스트

 

커피 데이트 다음날. 승용씨와의 소소한 일상톡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승용씨는 몰랐겠지만, 나에게는 이마저 얼마나 새로운 부분인지 모른다.

핸드폰을 잡고 누군가와 꾸준히 연락한다는건 내가 어렸을 때에도 하지 않던 것이었다.

 

나는 연락을 자주하는 연인은 아니었다. 얼굴보고 얘기하면 되는데, 텍스트를 주고 받는 행동들이 귀찮다고 생각했다.

출근하고, 밥먹고, 일하고.. 이런 반복되는 일상을 공유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난 원래 그런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승용씨를 만나면서 느끼지만 "원래"라는건 없는 것이었다.

단지 내가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던것일뿐.

 

승용씨와는 아직도 몇 년째 공유하는 사사로운 일상 하나하나가 너무 재밌고 궁금하고 소중하다.

 

...

 

오후까지 이어지던 일상적인 카톡 중에 갑자기 훅 들어오는 승용씨의 직설적인 멘트들.

(과거 카카오톡 대화에서 발췌)

 

- 답답하고 혼란스러워요. 하고싶은 말을 할까 하다가도 부담스러워할까봐 못하겠고,

  그동안 별 감정기복 없이 지내왔었는데, 아직 나한테 이런 감정이 남아있었나 싶고 그래요. 대단한사람이야.

  다음 주에 종아씨 휴가 가기전에 한번 더 매장 일 쉴래요. 나랑 데이트해요.

 

- 자꾸 욕심나게해 진짜. 신기한 사람이야 종아씨는.

  프사 바꾼거 보고 자꾸 저런 표정은 나만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 바꾸는거 싫다면서 날 자꾸 변하게 할 것만 같아요.

 

- 자꾸 욕심은 나는데 내 상황이 이 모양이라 더 초조해요. 누가 채갈까봐.

  나 이런 감정은 익숙하질 않아서 잘 몰라요.

  갑자기 싱숭생숭해지고 매일 지루하던 일상생활중에 이유없이 웃고 있으니까 나도 이상해요.

  눈 마주치면 내가 무슨 생각 하고있는지 보일까봐 그것도 좀 불안해요.

 

어떤 미사어구도 붙이지 않았지만, 듣는 사람이 당황할 정도로 솔직하고 진심이 느껴지는 멘트.

그리고 동시에 이어진 화요일의 데이트 신청.

 

깜짝 놀람과 동시에 숨막히는 두근거림이 동시에 느껴졌다.

얼굴이 달아오른다는게 이런느낌인가.

일과 중이었지만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승용씨는 나에게 자기한테 왜그러냐고 하지만, 승용씨야말로 나한테 왜, 어떻게 그러는건지.. 알 수가 없다.

 

...

이 날도 통화 한두시간을 포함해서 새벽 두시 반까지 연락이 이어졌다.

 

서로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도 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승용씨가 이 날 듣고 있다고 공유해준 플레이리스트는 2곡.

 

♪ Jason Ray - About us part.1

 

 

♪ Honne - Warm on a cold night

 

한곡 한곡 본인 취향대로 고른 승용씨의 플레이리스트는

어두우면서 소울 가득한 승용씨만의 감성으로 가득 차있어서, 마치 승용씨의 향을 깊게 들이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가 평소에는 맡아본 적 없는 독특하고 특별한 향. 그리고 내가 소유하고 싶은 향.

 

지금도 나는 승용씨의 플레이리스트를 훔쳐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차에서 :)

 

그렇게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밤이었다.

 

...

 

3편

 

연애일기3 : 새로운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