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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corn

연애일기2 : 첫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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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희미한 첫 만남보다는 더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

 

첫 만남 이후 다음날 저녁, 내가 먼저 시간 괜찮으면 영화 한편 보자고 데이트 신청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닌 사건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사랑의 감정이 크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항상 나에게 구애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선호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먼저 데이트 제안을 해본 적이 없었다.

 

승용씨에게는 어떻게 먼저 연락할 의지가, 그리고 용기가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첫 만남 이후, 승용씨가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혼란스러웠다.

이십대 후반의 이성적인 내가 누군지도 거의 모르는 사람이 마음에 들 수 있는걸까?

단지 주위 단체톡에서 잘해보라고 부추겨서?
그렇게 얼굴 보자는 톡을 지웠다 썼다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고민 할만한 문제인가? 라는 마음을 먹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승용씨, 내일 가게 몇시에 끝나요?


저녁에 PT가 잡혀있다고 하던 승용씨의 대답에 포기하려는 찰나,

승용씨가 날 만나기 위해 기존 일정을 다음날로 미루고 오겠다고 했고,
그렇게 저녁에 커피 한잔 마시고 로맨스영화를 하나 보기로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이때는 영화 선정이 그렇게 잘못됐을줄 꿈에도 몰랐지)

 

...

 

데이트 당일, 나는 휴일이었으니까 여유로운 오전을 즐겼다.

그리고 약속장소인 판교 스타벅스에 꽤나 일찍 도착해서, 퇴근하고 올 승용씨를 기다렸다 .
소개팅을 받아본지 몇년이나 됐기에, 이렇게 새로운 사람과 데이트를 하는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자리 잡고 앉아 음료를 마시며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생각하던 중, 승용씨도 약속시간보다 일찍 찾아왔다. 
본인이 먼저올 줄 알았는데 더 일찍 온 나를 보고 당황한 듯 했다.

그렇게 스타벅스에서 가벼운 일상 얘기를 한두시간 하다가 CGV로 이동했다.


우리가 본 영화는 "내사랑"이라는 로맨스영화였다.
이 영화는 정말 역대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정말 재미없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중간중간 나가는 사람들이 속출할 정도였다. 
예술영화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감성이 부족한 내가 감동포인트를 찾지 못하는 것인지 의심했고,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 뭔가 있을것을 기대하고 끝까지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끝까지 그런건 없었다.)


승용씨는 일찌감치 영화보는 것은 포기한 것 같았다.
러닝타임 내내 날 바라보고 있는지 볼때마다 눈이 마주쳤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팝콘을 먹는 것조차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처음 보는 사람이 어두운 장소에서 날 바로 옆에서 빤히 보고 있다니.
마음에 드는 남자와 데이트하고 있구나 싶은 살랑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영화가 마치고 이대로 가기는 아쉽다며, 승용씨가 맥주 한잔 더 하고 가자고 제안했다.
영화가 재밌었으면 그 자리가 있을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승용씨가 나중에 말하길 그 재미 없는 영화를 보고 그런 기분으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제안했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우리 대화는 판교 씨씨스트릿라운지에서 맥주 한잔과 함께 시작했다.

대화는 새벽 2시가 넘어서 까지 지속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초반에 승용씨를 만나는 시간들은 약에 취한듯, 꿈을 꾸는듯 몽롱한 시간의 연속이라

돌아보면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도저히 기억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날의 상세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억에 남은 부분들은
승용씨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본인에 대한 개인적인 얘기를 털어놓는 스타일이었고 (가정사, 힘들었던일들..)
만나는 내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나에게만 집중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는것,
눈치가 정말 빠르고 섬세하다는것,
그리고 처음 본 건데도 불구하고 빨려드는 듯한 호감이 느껴지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게 어느 때보다 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때는 정말 지금 일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처럼
승용씨와 몸을 맞대고 누워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 신기해 정말. 

+ TMI

내가 그날 "집에 가기 싫다"고 해서 승용씨가 당황했다고 나중에 말해줬다.
나는 그 즐거운 시간을 마치고 출근하기 싫다는 의미였지 절대 그이상의 의미는 없었어서

그 말을 기억조차 하지 못했는데.. 승용씨가 당시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왔다.
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말 뱉었구나.; 

+TMI2

승용씨가 담배 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데,

대화 중에 내가 무심코 담배 피는 사람은 한번도 만나본적 없다 라고 말해버렸다.

순간 아차했다. 첫만남부터 단호하게 상대를 부정하는 말을 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조심해야겠다. 나레기.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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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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