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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corn

연애일기 : 짧았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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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점점 흐려지고 있는데,

더 흐려지기 전에 기억을 더듬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

 

사실 우리는 처음 만나기 전까지 꽤나 오랫동안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3년전 2014년? 요빌런이라는 모바일게임에서 같은 길드에 속해있었기때문이다

같은 길드이긴 했지만 나는 회사 다니며 간간히 플레이 하는 쪼렙 즐겜러였고,

승용씨는 랭커에 카페 활동도 많이 하는 소위 네임드 유저였기에

딱히 개인적인 대화를 할 기회는 없었다.

간간히 오가는 단체톡에서 집 근처에 산다는 것만 알고있었을 뿐.

게다가 당시에 둘 다 만나는 사람도 있었고, 서로 큰 관심 없었기 때문에

흔히 게임하면서 같은 길드에 있는 그런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요빌런이 망하고 시간이 흘러흘러 2017년

이번엔 둘 다 싱글로 리니지M 단체톡방에서 다시 만났다.

둘이 같은 지역에 있으니 잘해보라는 주위 부추김이 있었고,

이것저것 대화하다가 조금 더 친해지게 되었을 때, 승용씨가 먼저 개인톡을 보냈다.

 

- 매장1에 삼계전복죽 포장해둘테니 퇴근길에 하나 가져가서 드세요

 

죽만 달랑 가져가는건 좀 그러니, 마침 주말에 친한 언니랑 근처에서 만나는데 인사 할겸 매장2로 가기로 했다

*매장1: 우리 회사 근처에 위치,   매장2: 차로 20분거리 당시 승용씨가 근무하던 매장*

 

이때까지 맹세코 정말 사심 없었음. 본 적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대화도 많지 않았으니.

 

...

 

그리고 당일.

새로운 사람을 볼 때 수반되는 약간의 기분 좋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매장에 첫 발 들이고 승용씨를 마주쳤을 때, 먼저 생각보다 잘생긴 외모에 깜짝 놀랐다

승용씨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셀카를 정말 못찍는다. 실물을 못 담잖아. 이런 셀고.

나시 사이로 보이는 말랐지만 근육질의 다부진 몸 (매력어필 노렸다고 한다) 

조그만 얼굴, 남자답게 또렷한 이목구비, 눈웃음을 살짝 머금은 눈

차분한 톤의 중저음의 목소리..

 

승용씨가 해 준 삼계전복죽은 맛있었다

사실 무슨 맛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시선은 손님을 응대하는 승용씨를 따라 움직이기 바빴다

같이 간 언니가 나중에 말해주기로는 내가 누군가를 그렇게 보고 있는 건 처음 봤다고 한다

나는 평소 덩치 크고 곰 같은 남자만 좋아했는데,

이상형과 거리가 먼 승용씨가 왜 첫눈에 확 들어왔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답례로 죽집 바로 뒤 카페에서 카페모카와 마카롱을 사들고 돌아왔다

매장 내부에 손님이 있었기에, 승용씨와 긴 대화는 하지 못했다

커피를 마시며 잠깐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의 짧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승용씨 특유의 잔잔한 말투와 여유로운 웃음이 머리에 남았다

 

또 식사 중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우산이 없는 것을 캐치하고 나갈 때 챙겨주는 섬세한 배려가 돋보이는 행동에도 호감이 간 기억이 난다

 

...

 

매장에서 나선 후, 승용씨가 화요일에 저녁이라도 먹는거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내가 그날 하필 회식이 잡혀있어서 일정이 맞지 않았고

그럼 다음에 시간되면 식사해요..정도의 의례적인 인사로 연락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우리의 짧은 첫 만남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될거라 생각했다

살랑이는 호기심이 스쳐갔다고 생각했고,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내가 첫눈에 반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 날 하루는 큰 사건 없이 마무리 되었고 그저 하나의 평범한 하루로 여겼다

당시엔 이 날이 내 사랑과 첫 만남이라는걸 몰랐으니까.

 

 

...

 

전편

 

서론 : Unicorn ?

나에게 27살은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나이였다 30살도 25살도 아니고, 27살이었던 건 이유가 딱히 없었고, 그냥 그랬다 회사생활 4년차에서 오는 무료함에서 오는 바람이었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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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연애일기2 : 첫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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