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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나의 고양이

[고양이소화기림포마] 투병일기 프롤로그 : 나는 내가 괜찮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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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괜찮을 줄 알았다

이별이 나에게 슬픔을 주었던 기억은 없다
난 감정이 풍부한 사람도 아니고,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많고 정이 없는편이라
유학갈때, 올때, 프로젝트나 여행이나 어떤 활동을 길게 함께한 친구들과 헤어질때

많은 친구들이 슬퍼하지 않는 나의 모습에 서운해했다

오죽하면 베프 지니언니가 나중에 본인 장례식 때 나 우는지 보라고
지니? 좋은친구였지 ~ 하고 안울면 죽어서도서운할거라고..ㅋㅋ
언니 남편한테 날 꼭 지켜봐달라고 신신당부 했을까

게다가 나는 평생을 반려동물과 함께해왔다

본가에는 강아지는 여러마리가 항상 있었고, 소동물들도 수없이 많이 키우고 또 하늘나라로 보내곤 했다
이렇게 많은 나의 반려동물이 노환, 병 등의 사유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보내면서 마음이 좋지는 않았지만 펫로스라고 할 만한 큰 슬픔도 없었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기에, 깊은 슬픔을 느끼는 반려인들을 온전히 이해한적 없던 것 같다

본가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날도 평소처럼 약속에 나가고 아무렇지않게 지냈던 나를 보고

여동생이 아직도 나를 싸이코패스라고 부른다ㅎㅎ;

그래서 난 괜찮을줄 알았다


루디 소식을 처음 들은 날

 

[고양이소화기림포마] 첫째 루디.. 장 림포마 진단

23년11월23일 우리 첫째 루디(노르웨이숲, 16년2월생)가 소화기 림포마 중 장 림포마 3기 진단을 받았다 사실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비슷한 사례를 서칭해보니 좋은 경과

jjong-velyy.tistory.com

11월 23일 오전 루디의 진단 결과를 카톡으로 받았다. 장 림포마  3기 양성이라는 소식
추가로 원장님과 전화상담까지 진행했을때도.. 그냥 모노톤으로 얘기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해도 현실로 와닿지 않았고 눈물도 나지 않았다

잘 모르는 생소한 병명이라 회사에서 주간에 여기저기 사이트에서 아픈 고양이를 반려한 많은 집사님들의 후기를 찾았다.
세상에 이렇게 아픈 아이가 많았구나, 뭐라도 하고 싶은 절박한 집사님들이 많았구나..
그 많은 사례 중 소화기림포마에서 회복한 고양이는 한마리도 없었다
모든 투병기는 고양이 별로 보낸 후기까지 이어졌다

사례들로 예상 시나리오를 확인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빠르면 당장, 아무리 늦어도 몇달 안에는 무조건 이별을 해야하는 것을 깨달았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가서 루디를 마주하고 간식캔을 하나 따줄때 루디의 마른 몸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문득 아직 루디를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걸 깨달았다

정확히 어떤 감정이라고 설명할수 없는 슬픔이 느껴지고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남편도 당황했다
나는 평소 슬픔이나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니까


나의 특별한 루디

이후 몇일간 루디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보았다

 

루디는 본가에서 독립 후 처음으로 내가 온전히 맡게 된 첫 반려동물이자 첫 고양이다

2016년 26살의 나와 처음 만난 노르웨이숲 꼬마 루디
루디의 특별함은 가정분양을 받기위해 루디엄마 뽀띠네 도착했을때부터 알 수 있었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빠방한 2개월령 놀숲아가들 사이에서 바로 눈에 들어왔다

아기 루디는 일반적인 또래와 달리 형제들이 있었음에도 사람과 어울리려하는 특이한 아기고양이였다
우리 집에 데려온 첫 날에도 엄마 냥이를 찾지않고 씩씩하게 보냈고
처음 온 순간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4시간 내내 내 옆에만 붙어있으려 한다

둘째가 오기전까지 나와 루디 단둘이서 보낸 몇개월간은 매일 하루가 길었다
나만 바라보고 귀여운짓만 하는 루디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밤새며 놀아주고 누구보다 예뻐했다

독립해서 혼자 나와있던 나에게 첫 동거묘였고
하루도 빠짐없이 그냥 그자리에서 일상의 소소한 고단함을 위로해주며 나에게 항상 온기를 주던 존재였다

26살부터 33살의 나까지 항상 지켜본 존재

루디가 오고 몇달 있다가 둘째 루나가 왔고 일년뒤 셋째 루키가 왔지만,

루디만큼 나를 따르는 건 아니고 평범하게 애교있는 고양이다보니, 루디만큼 애착이 가는 존재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루나루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의 애묘생활은 항상 루디를 1순위로 돌아갔다
둘째 셋째는 혼자 있는 루디가 신경쓰여 들인 친구 고양이들이었고
모든 고양이 용품과 식품들은 상대적으로 더 까다로운 루디의 기호성에 맞게 들였다

루디와의 관계는 연애의 감정선과 비슷한것 같다
루디와 함께한지 수년이 지나고 처음 봤을때처럼 루디를 열정적으로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장기연애처럼 함께 오랜시간이 지났을때도 나에게 소중한 존재라는걸 잊지 않았고, 루디의 우선순위를 지켰다

나보다 수명이 짧으니 언젠가 먼저 떠날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지금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지금까지처럼 나의 40대도, 운이좋다면 그 이상도 함께할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시점에 이별당할 줄은 몰랐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되는 부분

 

루디와 함께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기에 크게 후회되는 부분은 없지만 좀 아쉬운 건 있다

강아지만 키워본 나에게 처음으로 반려한 고양이였기때문에

고양이의 특성, 관련 제품 정보를 이해하기위해 엄청나게 스터디했다
특히 주식캔과 사료들 세부적인 성분공부까지 해가면서.. 좋은 음식을 먹이기위해 스터디했다
근데 이게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당연하게 루디를 대학 보내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나쁜 성분의 사료는 좋아해도 못먹게하고 건강에 좋은 제품들 찾아 먹이고 간식을 제한하던 내가 너무 오만하게 느껴졌다
맛있는거 많이 먹고 갈 수 있게 좋아하는거 많이 줄걸..


시간이 더 필요해

만약 루디가 천수를 누리고 갔으면 덜 슬펐을까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보냈으면 더 슬펐을것 같기도 하고..잘 모르겠다
확실한건 난 아직 루디를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


루디가 떠나고 루나, 루키 또는 다른 고양이가 언젠가 나에게 루디만큼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루디만큼 특별한 고양이는 앞으로 영원히 없을것같다
새로운 물건과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산책냥
놀러온 손님들에게 뽀뽀해줄정도로 애교있는 접대묘
나와 항상 꼭 붙어있고 날 주시하며 공감하려하는 개냥이
쥐돌이 물어오기, 트릿손으로 받아먹기, 이동장 들어가기 등 강아지만큼이나 재주가 많은 아이

나의 첫고양이 첫사랑 루디, 자신은 없지만 받아들여보려해

조금만 더 내 옆에 있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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